본문 바로가기

◎ Gallery/Essay

 

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
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
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
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
짐승의 등인가를...... 그리고 마침내는 왜?
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......
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
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
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
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
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
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

- 김세형,'등신' -


등을 보인다는 건 관계가 소원해진다는 뜻이겠지요.
그러나 슬프거나 아픈 표정을 보이기 싫어
돌리는 등도 있습니다.
그래서 그 등이 절벽이고 더욱 슬플 때도 있습니다.
등을 돌리기보다는 서로 가슴을 맞대는 사이로 보내는
하루이기를 소망합니다.

'◎ Gallery > Essay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되살아나는 기억  (0) 2012.04.13
내 사랑 하모니  (0) 2012.04.09
잊고 있던 그들에게  (0) 2012.04.07
매화꽃 필 무렵  (0) 2012.04.03